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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경제이해) 채권추심 상담할때 솔직하게 말하기 힘든 진실

신용정보사에 근무할 때 채권추심문제로 몇천 건의 상담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많이 느꼈던게 이 직업엔 솔직하게 말하기 힘든 진실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뭐 어떤 영업직이든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품을 팔 땐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은 말 안 하거나 축소해서 얘기를 하게 되죠. 모든 정보를 솔직하게 다 제공하게 되면 고객들은 대부분 다른데로 갑니다.


저희 회사 대출상품금리가 좀 높게 나왔네요. A캐피탈에 한번 조회해보세요. 이렇게 대출상담사가 얘기하긴 힘듭니다.

당신에게 가장 적당한 신용카드는 B회사 XX카드입니다. 우리 회사 상품은 할인율에서 더 불리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그 고객은 당연히 다른 회사로 가죠.

 

 
그렇게 해서 나에게 남는 것은? 자기 실적, 소득을 포기하게 됩니다. 단지 그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끌어당기는데 사용한 광고비, 전화통화료 등 비용만 날라갑니다. 누가 이렇게 영업을 하면 바보소리 듣죠. 물론 전 이런 짓을 좀 했습니다.. 양심이 뭔지..

채권추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하게 말하기 힘든 진실, 첫번째가 회수율이 정말 낮다는 점입니다.


돈을 떼인 사람들, 채권자들은 처음엔 못 받는다는 건 거의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빨리 받을 수 있느냐를 물어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채무자가 연체를 시작했다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추심문의까지 할 정도면 보통 몇개월, 심하면 몇년간 못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몇년간 의뢰받은 케이스들의 통계를 검토해보면 상사채권은 회수율 10% 정도, 민사채권은 5%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그러므로 비싼 돈을 주고 추심의뢰하는 건 밑빠진 독에 물붇기 밖에 안 됩니다. 가급적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둘째 승소가 핵심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변호사에게 몇백만원 의뢰비를 주고 승소해봐야 채무자가 변제하지 않는다면 결국 부동산, 전세보증금, 은행, 유체동산, 급여 등의 재산에 압류를 해서 회수해야 합니다. 그런 재산을 못 찾는다면 회수는 못하는거죠.

채무자가 자산가, 괜찮은 회사라면 비싼 변호사비 들여 소송할만한데 그게 아니라면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상담을 받아서 본인이 직접 소송을 진행하거나 법무사에 의뢰하는게 무난한 방법입니다. 이런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변호사에 의뢰하는 건수가 뚝 떨어지겠죠.


셋째 눈에 띄는 재산이 있다면 직접하는게 낫다라는 점입니다. 변호사나 신용정보사에 의뢰하는 케이스 중에서는 채권자가 이미 채무자의 재산소재를 파악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래처라서 제3채무자, 원청사를 알고 있기도 하고, 부동산소재, 잘 운영되고 있는 가게를 알고 있기도 합니다. 이 경우 직접, 또는 법무사에 의뢰해서 가압류만 해도 추심은 쉬워집니다. 공연히 의뢰해서 수수료를 더 부담할 필요가 없죠.


물론 이런 사실을 다 알아도 맡기는게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당사자가 바빠서 조사나 법조치 등의 업무를 할 수 없을 때, 재산소재를 몰라서 방법이 없거나 장기간 관리가 필요할 때, 손해배상, 하자청구 등 법적 다툼이 있을 때 등의 상황에선 혼자서 하기 힘들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런 채권들만 의뢰받는다면 추심회사 직원들의 소득은 크게 하락하게 되겠죠... 정말 말하기 힘든 진실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