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업무를 하다보면 공정증서를 검토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동업이나 투자계약서에서는 그 내용에 따라서 당사자 사이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공증서류를 보다보면 '위반한 자가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모두 진다' 라는 문구가 들어 있는 것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형식적인 문구려니 하고 별생각없이 매번 넘어갔는데 채권자 한 분께서 그 조항을 근거로 채무자에게 형사처벌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어보시더군요. 그동안 그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조금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답이 나오더군요.
해당 문구와는 상관없이 형사상 죄를 지었다면 처벌을 받고 법적인 책임을 져야하는게 당연한 사실입니다. 구태여 말이 필요없죠.
케이스마다 틀리겠지만 원칙적으로 형사문제는 개인끼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법조항에 정해진 행위만 범죄가 될 수 있고 정해진 형벌만 내려질 수 있습니다.
바로 죄형법정주의원칙(罪刑法定主義原則)입니다.
민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위반한 자가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모두 진다' 는 문구는 당연한 내용으로 없어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한마디로 사족(蛇足)에 불과합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런 조항이 삽입됨으로 인해서 나에게 안 좋은 행위는 함부로 하지 못하겠지.. 라는 막연한 심리적인 안심감(安心感)을 주기 때문에 이 조항을 넣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이런 글보다는 계약내용을 더 충실하게 작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공정증서를 보다보면 동업이나 투자를 하는데 당연히 있어야할 수익금 배분기준도 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어느 일방이 횡령, 배임행위를 할 수도 있는데 원금확보책도 마련해두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중도 계약해지시에 잔여재산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해서 정한 공증은 정말 찾기가 어려울 정도죠. 정작 필요한, 유용한 항목은 다 빠져있는 것입니다.
동업이나 투자를 하려면, 우선 원금보장조항을 넣을 것인가를 생각해야합니다. 동업이나 투자에서는 원금을 보장해주지 않는게 원칙이기 때문에 원금보장 약속이 없다면 원금에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자금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사업이 번창해서 수익이 넘쳐나는데도 운영자는 허위장부를 제시하는 등으로 수익금이 없다고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심지어 동업자, 투자자 모르게 폐업하고 가족, 친척, 타인에게 사업을 양도해버리는 때도 있습니다.
따로 사업장에 근저당을 설정해두는 등의 보호책을 준비해두지 않으면 정말 큰 돈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죠. 그러므로 그에 대한 대비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계약서에서 정말 신경써야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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