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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게임

달팽이가 안 움직인다고 죽은게 아니네요

얼마전에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두릅을 보내주셔서 손질을 하고 있는데 1cm 좀 안 되는 크기의 작은 달팽이가 한마리가 같이 들어 있더군요.

 

옆에 뒀는데도 움직이지 않아서 죽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요리를 한다고 정신을 파는 사이에 어떻게 되었는지 까먹고 있었죠. 아마 다른 짜투리들과 함께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보름이 훨씬 넘게 지난 엊그제 갑자기 아내가 이것 좀 봐~ 하고 부르더군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 해서 가봤더니 달팽이가 싱크대 윗쪽 에어컨 배수관 위에 붙어 있더군요.

 

헉! 요녀석이 어떻게 여기에 붙어 있지? 한참 생각을 하다보니 그때 두릅사건이 생각나더군요. 크기나 생김새가 거의 비슷한 걸 봐서 맞는 것 같아서 아내에게 그 때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2주 이상을 뭘 먹고 살아남았는지.. 그리고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정말 신기하네요.

 

농산물로 본다면 비록 해충에 해당하지만 이렇게 살아남은 생명을 그냥 버리기는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더군요. 그리고 저의 꼬맹이도 좋아하고 해서 다음날 인근 풀밭에 놔주기로 했습니다.

 

 

 

 

우선 저번처럼 또 다른데 돌아다니지 못하게 작은 반찬통에 넣어 놨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었을텐데 싶어서 샐러드용 어린 잎과 피망을 작게 잘라서 줘 봤습니다. 어린 잎을 먹을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피망을 갉아먹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는 투명 반찬통 뚜껑위에 달라 붙어 있더군요.

 

다음 날, 다시 봤더니 저번처럼 뒤집혀진채 움직이지도 않고 있더군요. 이번엔 속지 않고 주변에 물방울을 몇방울 떨어뜨려봤습니다.

 

 

 

역시나 잠시 기다리니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더군요. 그때도 아마 건조해서 몸을 움추리고 버티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달팽이는 몸을 움추려서 수분이 증발하는걸 막는것 같네요.

 

나들이 가는 길에 잔디밭에 잡초 위에다 놓아줬습니다.

 

알아서 잘 살아가겠죠? 이렇게 작은 달팽이도 극한 상황에서 살아서 버티는 걸 보면 정말 생명의 신비함은 대단하다는 걸 느낍니다.